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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2-28 21:46
제목 [참관기] 해외전문가 초청강연

 

<20151218일 해외전문가 초청강연> 참관기

 

연구보조원 정진혁

 

20151218일 연세대학교 외솔관 526호에서 국학연구원 HK사업단과 국어국문학과 BK플러스 사업단이 주최한 해외전문가 초청강연이 열렸다. 개인이 살아가는 공간의 현장성을 중시하는 국학연구원 HK사업단과 언어학을 연구하는 국어국문학과 BK플러스 사업단의 연구방향이 결합되어 언어와 공간이라는 주제로 2가지 강연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표는 이연숙 교수(일본 히토츠바시대학)언어가 펼친 일본이라는 공간- 야나기타 구니오와 오리구치 시노부의 경우였다. 이연숙 교수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의 폭력적인 방식에 모든 지식인이 동조한 것이 아니며 다양한 방식으로 근대를 모색했다고 말하였다. 야나기타 구니오와 오리구치 시노부는 언어 이론을 소개하면서 일본 근대화 과정의 다른 흐름을 보여주었다. 이연숙 교수가 첫 번째로 설명한 야나기타 구니오(柳田國男, 1875~1962)방언주권론은 통해 언어와 공간에 대한 독특한 인식형태를 띠었다. 야나기타에게 언어란 중심을 가지고 있는 명확한 실체였다. 방언 역시 문화중심지의 언어가 시계열적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방언과 표준어는 구분될 수 없고 동일한 실체가 된다. 일본어를 쓰는 공간은 모두 균질적인 통일체가 되는 것이다. 이연숙 교수는 야나기타의 방언주권론폐쇄적인 일본을 구현하려고 했다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는 내셔널리즘의 다른 형태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리구치 시노부(折口信夫, 1887~1953)는 일본이라는 공간을 신의 언어를 매개로 한 종교적 공간으로 설명했다. 천황은 신의 언어인 마츠리 고토를 지방에 전파함으로써 권력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지방의 부족장은 지역의 노래를 바침으로써 토지의 지배권을 넘겨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됨에 따라 천황의 지배영역인 야마토가 형성된다. 그 권력관계에서 배재된 세력들은 스티그마를 안고 일본 내부에서 떠돌아다니는 존재가 되는데, 천황 중심의 신적 엑스터시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일종의 제물로 희생된다. 이연숙 교수는 오리구치의 언어이론 역시 일본주의의 한 형태로서 일본 내셔널리즘의 한 축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야나기타와 오리구치의 연구는 일본의 근대화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전후 일본을 통합하는 문화적 내셔널리즘의 형태로 재생산되어 현재까지도 일본인의 심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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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표는 하가그 라나 교수(Haggag Rana, 일본 히토츠바시대학)의 이슬람에서의 종교언어의 특징이었다이 발표에서 하가그 라나 교수는 이슬람 종교언어의 특징을 언어학적으로 설명하였다하가그 라나 교수는 사람들이 이슬람 문화에 대해 오해하는 면이 있다고 말하였다이슬람 경전인 코란은 오직 아랍어로만 낭독될 수 있는데이를 이슬람 문화의 폐쇄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그러나 폐쇄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언어학적 원리에 의해 부득이하게 발생한 결과라는 것을 설명했다하가그 라나 교수는 그 이유로 아랍어의 수사법이 다른 언어와 구별되는 독특한 특성을 제시했다서양의 문법학자들과 아랍의 문법학자들이 수사법을 이해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서양문법에서의 수사는 메시지의 의미 전달과는 무관하게꾸며주는 부수적 역할을 할 뿐이다반면 아랍어에서의 수사는 그 자체가 메시지 의미 형성에 직접 관련이 있으며의미를 명료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아랍어로 쓰인 코란에서 은유비유환유 등의 수사법이 풍부하게 활용되는 것은 이 때문인 것이다하가그 라나 교수는 코란에 많은 수사법이 사용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까다롭다고 설명하였다만약 다른 언어로 번역된다면 메타포 안에 담긴 문화적 맥락이 충분히 표현되지 못하며코란의 풍부한 의미를 매우 제한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하가그 라나 교수는 이를 환치불가능한 메타포라고 설명했다코란 뿐 아니라 다양한 종교경전들 역시 비슷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면서번역 작업이 그 문화권에 대한 충분한 이해력을 갖춘 전문가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번 해외전문가 초청 강연은 언어와 공간에 대한 관계설정의 문제를 심도 있게 풀어낸 의미있는 자리였다이 강연에서는 일본 근대 형성기와 이슬람 문화권의 언어특징에 대한 폭넓은 관점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언어를 사회구성의 적극적인 매개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였다한편 이 같은 주제들은 현대 한국 사회의 상황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문제였다한국학이라는 명제가 한국이라는 공간을 규정하는 형태를 고민하게 하고 한국어로 진행되는 학술연구들의 바람직한 번역 방식을 고찰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