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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8-14 11:02
제목 [참관기] 제3회 연세한국학포럼




제 3회 한국학 포럼 참관기 



연구보조원 이지원




2014년부터 시작하여 올해 3회차를 맞이하는 연세한국학포럼은 2016722일 연세대학교 위당관 6층 문과대 100주년 기념홀에서 개최되었다. 도현철 국학연구원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본 포럼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선 1부에서는 2015년에서 2016년 사이에 출간된 한국학 연구서 세 권에 대한 저작비평회가 열렸으며 2부에서는 공동연구팀 발표가 한 건 이루어졌다.

 

 

1부 저작비평회는 저자들을 직접 초청하여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듣고 한 명의 지정 토론자가 심화 토론을 한 뒤 청중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비평 저작은 김지수의 󰡔The Emotion of Justice: Gender, Status, and Legal Performance in Chosŏn Korea󰡕(워싱턴대학 출판부, 2015)였다. 저자는 각종 공문서, 범죄기록, 사법 문서 등의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조선이 계층, 성별 간 위계적 질서가 성립된 유교사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는 이런 위계를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노비나 여성의 탄원에 귀를 기울이는 평등주의적 정의가 실천되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발표자에 따르면 이러한 실천은 원(), 즉 억울함과 원통함의 감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조선의 국가는 이 감정을 반역과 저항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적 위험 요소로 보았고 재판 과정 중 여기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자 했는데 이것이 역설적으로 평등주의적 정의로 귀결되었다는 것이다.

조선 사회, 나아가 전근대 비서구 사회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꿀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 발표에 대해서 지정토론자인 자넷 윤선 리 이외에도 많은 질문과 논의가 이어졌다. 이러한 사례가 다른 전근대 동아시아 사회에 존재하지는 않는지, 평등주의적 정의 관념 자체의 존재 의의와는 별도로 이러한 사법적 실천이 당시에 어느 정도 일반적인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두 번째 비평 저작은 김성보과 김예림이 편집한 󰡔분단시대의 앎의 체제󰡕(혜안, 2016)였다. 저자들을 대표해서 발표를 맡은 김예림은 최근 학계에서 1945~60년을 대상으로 한 학술사, 학제사, 학술 논쟁·이론·언설 연구들이 상당량 생산되었고 이 편집서는 이러한 연구들을 분단시대앎의 체제라는 키워드를 통해 정리해보고자 했다고 보았다. 이 책은 강하게 통합된 관점과 주제에서 출발하기 보다는 앞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저자들이 각자의 논의를 펼치는 식으로 서술되었는데 발표자는 이를 방법론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갈래로 정리하였다. 우선 남한과 북한의 자기이해 및 설명체계에 대한 분석이 있었으며, 또한 남한의 타자, 북한에 대한 이해 및 설명체계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일본, 남한, 중국을 횡단하는 학맥 및 논쟁에 대한 연구가 본서에 수록되었다.

지정 토론을 맡은 후지이 다케시는 본 연구가 앎의 체제를 대한 분석을 시도함에도 불구하고 분석에서 전제하고 활용하고 있는 개념들(진보, 경제, 과학, 인민 등)의 역사성을 성찰하지 못했기 때문에 앎과 체제 둘을 외재적인 관계로 보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답습하였다고 보았다. 저자들을 대표하여 토론에 참여한 김예림과 김성보는 이러한 지적에 수긍하며 이 점이 후속 연구에서는 적극 보완되어야 될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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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비평회의 저술은 권나영의 󰡔Intimate Empire: Collaboration and Colonial Modernity in Korea and Japan󰡕(듀크대학 출판부, 2015)였다. 저자는 제국주의 권력에 대한 피식민 작가들의 입장을 협력또는 저항으로 이분하여 보는 것은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곳의 경험을 특권화하는 서구중심주의적인 관점에 갇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책의 주요 연구대상인 일제 식민지 말기 일본어로 작품을 쓴 조선 작가들인 김사량, 장혁주, 그리고 강경애는 이분법적으로 포착할 수 없는 제국와 식민지 간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준다. 저자는 조선의 식민지 역사에 존재한 이러한 관계가 탈식민 이후 부인되고 친일로 환원되었으나 오히려 이 복잡한 관계를 복원할 때 한국의 식민지 근대성, 나아가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에는 협력저항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식민지 근대에 대한 보다 강력한 인식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이분법적 구도가 불가피한 것이 아닌지도 함께 논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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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연구발표 시간에는 나종석의 전통과 근()대성의 문제: 한국(동아시아) 유교문화와 한국의 근대성의 논리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자는 사회사상에 있어 민주주의와 인권 개념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적 보편주의 혹은 서구중심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유교를 통해 근대성 이론의 개조가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이는 단순히 서구와 구분되는 동양적과거로 회귀하자는 전통주의와는 다른 것으로, 유교와의 비판적 대화를 통해 과거를 재탄생(re-naissance)시키고 서구적 근대성론에 의해 소외된 한국과 동아시아의 역사적 경험을 재조명하자는 것이었다.

청중들은 발표자의 이론적 기획에 동의하면서도 동아시아적 유산 중에서 유교가 아닌 불교와 도교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으며 역사적으로 유교적 전통을 주목하려고 했던 시도들이 가졌던 한계 역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총 세 편의 저술비평회가 한 건의 진행중인 연구발표가 포함된 3회 연세한국학포럼은 그야말로 국내외 한국학의 최전선이 어디인지, 현재 한국학 학술공동체가 마주하고 있는 이론적 난제들이 무엇이고 어떤 도전들이 필요한지를 일람할 수 있는 전망대 같은 자리였다. 오후 5시 반, 오영교 근대한국학연구소장의 폐회사를 마지막으로 제3회 연세한국학포럼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