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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1-18 15:12
제목 [참관기]2015년 국학연구원 HK사업단 국제 학술회의: 한국학을 다시 묻는다

 

 

 

참관기

2015년 국학연구원 HK사업단 국제 학술회의 - 한국학을 다시 묻는다

 

연구보조원 최민규

 

실천성과 현장성에 대한 고민

 

2015123일에서 4일 양일간에 걸쳐서 연세대학교 위당관 6층에 있는 문과대학 100주년 기념홀에서 HK 사업단 국제 학술회의인 한국학을 다시 묻는다가 개최되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국내외 학자들을 초빙하여 국학연구원에서 진행해온 HK 사업인 ‘21세기 실학으로서의 사회인문학의 문제의식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이 점은 각 섹션의 명칭에서도 드러난다. 3개의 세션으로 이루어졌는데, 1세션은 한국학의 사회인문학적 전망과 이론’, 2세션은 공공성과 사회인문학적 한국학의 모색’, 3세션은 한국학의 현장과 비평이었다. 즉 제 1세션은 전망과 이론을 탐색하면서 총론을 마련하는 자리라면, 2세션은 HK사업단의 아젠다가 사회인문학인 만큼 학문적 영역의 논의가 가질 수 있는 공공성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마지막 세션은 앞에서 탐색한 문제의식을 통해 실제적인 현장에 적용해 보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각 세션별 발표문은 다음과 같다.

 

1세션 한국학의 사회인문학적 전망과 이론

김성보, 사회 인문학의 관점에서 본 분단한국의 학술사.

최기숙, 고통의 감수성과 희망의 윤리 - 한국 현대 문화의 고전/역사의 유비적 대응과 성찰성 탐색

이봉규, 실학의 유교사적 맥락과 유교 연구 탐색

2세션 공공성과 사회인문학적 한국학의 모색

Law Wing Sang, Why 'reunion in democracy' fails? - the past and future

나종석

3세션 한국학의 현장과 비평

김항, 분단의 기억과 기억의 장치

Takanori Hayao, The end of the "Postwar" Japan and the Disappearance of the Left

Eric J. Ballbach, Korean Studies in the Context of Divided Nations - A View from Germany

 

다소간 발표된 글들도 많고 토론 역시 약정 토론의 형태가 아니어서 모든 것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논문의 요지를 중심으로 하여 소개를 해두고자 한다.

1세션의 첫 번째 발표는 김성보 교수의 사회 인문학의 관점에서 본 분단한국의 학술사였다. 김성보 교수는 분단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분단지식이라 명명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한반도의 학술사를 분석하였다. 김성보 교수는 북한에서 평양 건축 작업을 수행한 김정희, 남한에서 근대화론의 전도사인 이정식, 민중신학자 이정용을 소개하였다. 이를 통해 남한과 북한은 각각 제 1세계와 제 2세계의 지식을 흡수하면서 학문체계를 형성하였고, 개발 모델을 만들어 왔으나, 이러한 학문체계가 현장에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그 대안으로 실천적 학문인 민중론, 즉 민중사학과 신학이 등장했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민중 사학은 제도 학문에 편입되어 그 목소리를 잃어가는 반면, 민중 신학은 생명력을 지니면서 유지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김성보 교수는 그 이유를 여백 남겨 두기로 정의하면서, 이를 토대로 개념화와 체계화가 아닌 현장성과 실천성을 통해 분단 한국의 학술사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두 번째 발표자인 최기숙 교수는 고전 문학에 내재된 감성 표현에 주목하여 연구해왔다. 이 번 발표문에서 현대 사회에 내재된 불안, 위기, 우울의 정서에 대해 생애성찰적 글쓰기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현대 사회가 가져온 감성의 위기 징후 중 하나로 성찰이 결여된 상황을 먹방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사대부들의 글쓰기에서 찾았다. 최기숙 교수는 먹방을 통해서 내면 성찰의 결여와 감정의 획일화를 지적하였다. 그 대안으로 비록 글쓰기를 둘러싼 시대적, 상황적 차이가 있지만, 사대부 문학 안에 내재된 젠더성, 주체성, 공유성을 중심으로 한 표현법을 제시하였다.

세 번째 발표는 유교를 전공하는 이봉규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이봉규 교수는 유교사를 동아시아 역사에서 세습과 사유가 일반화되면서 발생한 사회적 쟁탈성 해소 운동이고 그 핵심을 인륜을 두면서 유교를 연구해왔다. 이봉규 교수는 유교 중 실학을 18세기 동아시아에서 수행된 理學 비판의 조류에서 가지는 의의를 찾고 근대주의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제시하였다. 발표문에서는 동아시아에서의 理學 비판의 공통점으로 제도의 마련과 정비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방향성에서는 차이가 각 국마다 차이가 있다고 하였다. 가령 일본 고학파와 조선의 실학을 비교하면서 국가주의적 경향이 두드러지는 일본 고학파와 달리 조선의 실학에서는 인륜에 근거한 문치의 사회체계를 발전시켜갔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이봉규 교수는 유학을 연구할 때, 지나치게 근대주의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을 비판하고, 서양의 인권과 다른 형태로 발전해온 사회적 쟁탈성 방지라는 측면에서 유학의 사회구성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2세션에서는 최연식 선생님의 주관 아래 사회 인문학이 가지는 공공성 마련에 대한 이론적 측면에 대해 검토하였다. 홍콩의 Law Wing Sang 교수와 나종석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Law Wing Sang 교수는 식민도시로서 홍콩의 사회적 현상에 주목하여 연구하여 왔다. 그는 民主回歸로 불리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분석하였다. 그는 먼저 홍콩이 단순한 영국의 식민도시가 아니라 특수한 지위를 누려왔다고 자부심이 중국 반환 문제에서 철저하게 배제되면서 무력감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그 뒤 홍콩인들이 중국에 반환된 뒤에 약속되었던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가 허물어지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정치적 정체성으로 민주주의를 찾아 나가는 모습을 제시하였다.

두 번째로 나종석 교수는 헤겔 전공자로 서구 정치철학에 대한 관심을 유교에 확장하여 연구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유교를 통해 서구식 민주주의와 인권 담론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공자의 인 개념과 인정의 성격을 분석하였다. 그는 유교의 중심에 조화가 내재되어 있고 이것이 대동사회라는 이상사회를 달성하는 방편이라고 하였다. 즉 유학의 공공성을 조화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양의 민주주의를 뒷받침하고 있는 사회계약설에 결여되어 있는 타자에 대한 책임감, 상호존중의 이념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3세션의 첫 번째 발표자인 김항 교수는 분단의 기억과 그 장치들이 한국에서 작용하고 있는 매커니즘을 주권성이라는 차원에서 성찰하셨다. 주권성 외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개흘레꾼이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설명하였다. Takanori Hayao 교수는 전후에 구축된 일본 체제의 종식과 좌파 실종의 현상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었다. Eric J. Ballbach 교수는 독일의 관점에서 남북한 문제를 다루어보고, 유럽에서 나온 한국학 연구 성과들을 소개하였다. 그는 북한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소개하였다.

토론은 각 개별 발표에 대한 약정 토론이 있은 후에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첫 날의 핵심적인 문제는 실천성과 현장성을 담은 사회인문학적 학문은 무엇인가였다. 특히 민중 문학의 사회인문학적인 가치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민중 문학의 가치에 대한 토론은 아마도 사회인문학이 담보해야 할 가치는 학문적 체계화 못지않게 실천성과 현장성이다. 김성보 교수가 지적하듯이 종래 분단 체제를 장악해온 지식 체계들은 한국이라는 현장성에 기반하고 있기보다는 다소간 유리된 형태였고, 민중론의 등장 역시 분단체계를 장악하고 있던 지식들에 결여된 현장성에 대한 요구가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 지점에서 민중론의 이름으로 등장한 학문은 크게 민중 신학, 민중 사학, 민중 신학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가운데서 나름의 학문적 체계를 가지면서 현장성과 실천성을 과연 순수 문학 창작 행위인 민중 문학이 달성했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민중 문학에 긍정적인 입장에서는 민중 문학의 고발성을 중시했다면, 그렇지 않은 쪽에서는 순수 문학 창작 행위가 가지는 현실과의 경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엄밀한 학문적 체계성이 가지는 현장과의 이탈을 고려한다면 민중 문학 역시 분단 체제 학문에서 하나의 대안이라 할 수 있겠다.

둘째 날 종합토론에서도 분단에 대한 문제가 핵심적인 사항으로 제시되었다. 특히 분단 체제의 핵심적인 이슈라 할 수 있는 북한, 특히 탈북자의 경험, 유사 경험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제시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Eric J. Ballbach 교수 토론을 담당한 김성경 교수의 토론이다. 현재 한국 정부, 언론, 학계에서 탈북자에 관심을 가진다면, 경험보다는 주로 북한 내부 고급 정보에 집중한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즉 탈북자들을 통해서 분단체제를 강화를 강화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그리고 정부 국책 사업으로 독일의 통일 경험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흡수통일에 무게를 두어 한반도 분단의 역사성을 간과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종합토론 시간에 김성경 교수의 토론에 호응하여 탈북자 개인의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논의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시사점은 북한 탈북자에 대한 연구가 분단 체제 정부의 필요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장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다만 학술대회의 아쉬운 점은 각 발표문들이 어떻게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수렴될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술대회는 사회인문학이 가지는 실천성과 현장성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제고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