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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7-24 17:13
제목 [참관기] 제 2회 연세 한국학 포럼


제 2회 연세 한국학 포럼 참관기

 

 


국학연구원 HK사업단 연구보조원 이한빛

 


  연세 한국학 포럼은 국내외 한국학 분과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한국학의 연구 아젠다를 창출하고자, 작년 <1회 연세 한국학 포럼>으로 시작되었다. 단순한 인적, 제도적 교류를 넘어서 한국학이라는 학문의 정체성을 보다 능동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2회 한국학 포럼은 국학연구원 HK사업단, 근대한국학연구소, 언더우드대학 아시아학부의 공동 주최로 2015717일 문과대 100주년 기념홀에서 개최되었다. 신촌, 원주, 국제캠퍼스간의 협동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포럼은 국내외 뿐만 아니라 연세대 3개 캠퍼스를 횡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한국학 포럼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와 2부는 최근 출판된 한국학 연구서와 그 서적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국내 연구성과는 해외 연구자가, 해외 연구성과는 국내 연구자가 교차 리뷰하는 형태로 서로 다른 학술환경에 놓여있는 한국학 연구자들을의 의견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러한 교차토론을 통해 한국학이라는 학문분과의 성격과 딜레마까지 다뤄질 수 있었다. 발표자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재평가의 여지가 무수히 남은 신상옥과 염상섭이라는 인물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1부는 Steven Chung의 발표와 유승진의 토론으로, 2부는 한기형, 이혜령의 발표와 Theodore Hughes의 토론으로 꾸려졌다. 3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한국학 연구 프로젝트를 소속 연구자가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자리였다. 3팀의 발표가 있었고, 역사학, 종교학, 영화 등 다양한 분과에서 한국학이 어떤 선도 작업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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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ven Chung은 2014년 출판된 자신의 책 Split Screen Korea-Shin Sang-ok and Postwar Cinema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책 내용을 단순히 소개하기 보다는 이 책이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던질 수 있는 몇 가지 질문들을 정리하여 발표문을 작성했다. 그의 연구는 신상옥이라는 한국영화계의 대표적 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한국 영화와 한국영화연구를 새롭게 보고자 한다. 신상옥은 한국영화의 대부이면서 동시에 권력친화적인 인물로 한국영화계를 주름잡았을지언정 미학적으로, 정치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는 인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기존 인문학 분과에서 유효하게 활용되었던 ‘작가론’과 같은 방식을 한국학 연구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작가론적 독해방식으로 신상옥은 덜 진보적이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인물로 의미화된다.

 

   이미 평가가 완료된 듯 보이는 인물에 대하여 어떤 재평가 할 수 있을까? Steven Chung은 신상옥을 통해 이러한 독해방식의 한계를 보여주고, 랑시에르가 말했던 예술과 정치를 구성하는 지각적 요소의 분포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그간 진행되었던 한국영화연구 또는 한국학 연구를 비평적으로 재독하는 것이다. 신상옥이 보여주는 모순과 단절은 당대의 물리적 상황을 활용하고자 한 역사로 해석될 수 있고, 전후영화에서 보이는 영화적 한계들은 오히려 한국이라는 로컬영화의 핵심적인 요소로 분석된다. 따라서 신상옥을 재독하는 Steven Chung의 연구는 한국영화에서 정치와 미학의 관계를 다시 구성하고 있었다. 토론자였던 유승진은 Steven Chung이 제시한 '계몽의 양식'이라는 해석프레임이 1950년대 멜로드라마 등에는 어떻게 실효성을 가질수 있는지 물음으로써, Steven Chung의 논의를 확장시켰다. 또한 그는 이 발표에서 가장 논쟁적이라 할 수 있는 신상옥에 대한 재평가가 또 하나의 변론으로 읽힐 수있는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토론을 통해 한국영화를 재독하고자 하는 연구가 어떻게 그 오독을 피해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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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에서 진행된 한기형과 이혜령의 발표는 2014년에 출판된 『저수하의 시간, 염상섭을 읽다』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저수하의 시간, 염상섭을 읽다』는 총 20명의 저자가 참여한 책으로 염상섭이라는 문인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하고 있다. 한기형과 이혜령은 책에서 제시된 개성적인 주장들을 열거하기 보다는 염상섭에 대한 논의의 핵심을 더욱 진전시키는 방향으로 발표를 구성했다. 그들은 염상섭을 한명의 사상가로 재조명함으로써 염상섭에 대한 새로운 상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발표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염상섭은 20세기 한국 지성사의 풍부한 자산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그는 제국의 식민자와 독선적인 프롤레타리아 비평가들 양쪽 모두를 비판했던 예외적인 존재인 것이다. 사회주의를 매개로하여, 염상섭의 역사철학과 정치사상의 연계성이 보다 세심하게 설명하고, 더 나아가 그가 '민족'에 대해 어떤 구상을 하고있었는지 살펴보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발표가 마무리 되었다. 한 작가에 대한 논의를 지성사 전반으로 확장하였고, 이러한 학술적 여정을 충실한 연구로 보여줌으로써 2부의 발표는 한국 연구자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Theodore Hughes는 매우 성실하게 토론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700여쪽에 달하는 책을 통독하고,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는 글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비평했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이 궁극적으로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Theodore Hughes가 보여준 심도 깊은 토론이 염상섭과, 염상섭을 연구하는 연구자 모두에게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어주었음은 분명하다.

 

  1부와 2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각자의 방법론을 구축하는 묵직한 저작들을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다면, 3부는 조금 더 가볍게 현재진행형의 주장들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3부에서 진행된 전체 토론 또한 보다 자유롭게 논쟁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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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국학연구원 역사와 공간 연구소의 한성훈 박사가 <월남민 구술생애사 조사 연구> 프로젝트에 대하여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1945년 해방과 1953년 한국전쟁 사이의 기간에 남쪽으로 이주한 월남민에 대한 조사로는 최초의 것으로 3년의 연구계획을 갖고 있다. 월남민에 대한 구술연구가 전무한 상황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이 연구가 어떤 역사적 자료들을 보여줄 것인지 사뭇 기대가 된다. 청중들 또한 이 연구의 구체적 방법, 진행상황, 연구 전망 등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보였다. 두번째 발표는 미시건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학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었다. 발표자 Juhn Ahn은 Trensgression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과정에 대하여 발표했다. 발표자는 'post' 또는 '탈-'이라는 접두어로 묶일 수 있는 이론적 경향이 그간 저항적 태도와 연결되어 왔다고 지적하면서, Trensgressi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저항이 아닌 움직임을 발견하고자 한다. 세번째 발표는 연세대학교의 백문임과 듀크대학교의 Nayoung Aimee Kwon의 공동연구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들은 식민지 전후라는 격변기에 근대성을 체험하고 상상한 한국의 경험을 영화를 통해 재검토 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식민지/식민지성이라는 논제를 논의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기존의 영화이론과 이데올로기 논의를 수정 및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발표가 마무리 되었다. 세 발표에서 일관된 주제를 찾을 수는 없지만, 모두 기존 한국학 분과에서 에 새로운 질문들을 던지면서, 한국의 경험을 연구하는 한국학이 "이론" 연구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다양한 한국학 연구주제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참여하게 된 한국학 포럼에서 한국학이 무엇인지, 한국학 연구가 단지 지역학의 분과학문에 머물지 않고, 더 많은 학술적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학술장에 개입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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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한국학 포럼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Theodore Hughes가 던진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그의 토론은 2부의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3부의 현재진행형 프로젝트, 더 나아가 한국학 포럼 전반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학 연구자들의 교류를 촉진하고자 하는 자리에서 Theodore Hughes는 해외 한국학과 국내 한국학이라는 범주를 재고하면서, 학술적 언어와 그 언어가 발화되는 장소의 관계를 고려할 때, 발표자들의 저작이 어디에 놓일 수 있는지 물었다. 그의 문제제기는 한국문화와 역사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지역학의 한 분과로 특수화되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묻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한 번의 포럼만으로 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 2회 연세 한국학 포럼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신상옥, 염상섭 그리고 3부에서 진행되었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하여 흥미롭게 논하면서도 동시에 그 연구들에 대한 메타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학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려는 연구자들의 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