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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17 14:23
제목 [참관기]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 UTCP 합동 워크숍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 UTCP 합동 워크숍

<Sharing the Other's Recollections - Place, Memory and History- >
참관기

 

국학연구원 한영인

 


  일시 : 2015. 2. 21. ~ 2015.2. 23
  장소 : 제주 빌레리조트

 

  길었던 구정 연휴가 끝나자마자 나는 제주로 떠났다. 백영서, 김항 교수님과 함께 발표자로 참여하게 된 국문과 대학원 후배 정지민과 함께였다. 제주에서 열리는 이 워크숍은 동경대학교 철학센터(UTCP)와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이 함께 개최하는 것인데, 나로서는 지난 9월에 동경대에 갔을 때 뵈었던 동경대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설레는 기회였다. 이 워크숍의 취지는 동경대학교 철학센터와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사이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학문의 실천성과 현장성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데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 워크숍의 장소였던 <제주도>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장소였다. 공항에서 반갑게 재회한 우리는 곧바로 숙소로 자리를 옮겨 숙소 내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워크숍을 시작했다. 


  워크숍은 백영서 교수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백영서 교수는 제주도가 가진 역사성과 현장성을 그 자신의 용어이기도 한 ‘핵심현장’이라는 용어를 통해 풀어내면서 이곳에서 한일 두 나라의 연구자들이 마주하는 일의 의미를 설명했다. 백영서 교수가 적확하게 지적했듯 1948년 4.3 항쟁에서부터 최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반대 투쟁에 이르기까지, 제주도는 그 낭만적인 여행지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치열한 정치적 분쟁의 장소가 되어 왔다. 그리고 그 분쟁은 이제 대한민국의 국경 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의 차원으로 번져가고 있다. 한일 두 나라의 발표자들은 이러한 사정을 여실히 감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많은 발표들이 제주도를 매개로 기억, 역사, 재현, 표상 등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었다. 


  나는 첫발표 <‘Sad Island’ : A brief history of JEJU>를 통해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빌어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 뒤에 숨겨진 비극적이고 슬픈 역사를 소개했다. 때마침 워크숍 다음날에는 4.3 평화공원과 송악산 자락에 자리한 태평양전쟁유적에 대한 답사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 발표는 그 답사에 대한 소개 형식도 겸하고 있었다.

 


 

 

  이날 워크숍에서 흥미를 끌었던 것은 Sana Sakihama(이하 사나)의 <Okinawa and Jeju>와 Kota Sugitani(이하 코타)의 <How can the Memory of Jeju Uprising be Inherited?: Reading Ikuno Arirang by Kim Kilho>라는 두 발표였다. 먼저 오키나와 출신으로 동경대학교에서 오키나와의 재현과 표상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사나는 오키나와와 제주의 유사한 역사를 매개로 하여 특정한 지역을 담론적으로 보편화하는 작업의 의의와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어떤 지역에 대한 연구가 중심과 주변, 혹은 보편적 중심대 특수한 로컬의 이항대립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코타는 김길호라는 제주 출신 자이니치 작가의 <이쿠노 아리랑>을 소개하면서, 일본어로 씌어진 문학 작품 중에서 제주 4.3사건이 재현된 양상을 소개해주었다. 코타는 고등학교 때까지 오사카에서 살았는데, 알다시피 오사카의 이쿠노에는 거대한 한인타운이 있다. 그래서 코타 역시 고등학교 때 자이니치 친구도 만나고 실제로 이쿠노에도 자주 갔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표자의 개인적인 이력과 더불어 일본어 소설에서 4.3이 재현된 양상이 자못 궁금해졌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직 한국에는 잘 소개되지 않고 있는 자이니치 출신 작가들의 작품 세계 역시 궁금해졌다. 비록 일본어 실력이 형편없어 그들의 책을 직접 읽어볼 수는 없지만, 부디 언젠가는 그들의 작품 세계를 읽고 탐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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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외에도 타인의 고통에 대해 취해야 할 윤리적 태도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던 Kotaro Abe의 <How do we interpret a ‘silent voice’?>나 한국 현대문학에서 4.3사건에 대한 문학적 재현 양상을 다룬 정지민의 <Memories on 4.3 and its literary representation>등도 제주도에서 제주도의 역사와 아픔을 돌이켜 생각해보는 데 있어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 발표였다.


  이번 워크숍과 다음날 이어진 답사까지 무사히 마무리되고 우리는 아쉬운 이별을 나누었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와 의의는 <제주도>라는 지역의 역사와 현재적 의미에 대해 간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논의를 교환했다는 데 있었다. <제주도>에 대한 시차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었던 다양한 발표들과 토론들을 통해 이른바 ‘핵심현장’ 중 하나인 제주도의 문제성이 부각될 수 있었다. 그리고 학술대회만큼이나 알찼던 것은 4.3평화공원을 단체관람한 일이었다. 그곳에는 단순히 4.3 사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일제 식민지 시기의 역사와 해방, 그리고 건국을 위시한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국면이 잘 서술되어 있었다. 특히 많은 일본 연구자들이 깊은 흥미와 관심을 나타냈다. 이 평화공원 관람을 계기로 양국의 불편한 역사적 관계에 대해 더욱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학술대회의 내용과 뒤이은 현장답사 모두 알차고 즐거운 일이어서 동경대학교 UTCP와 국학연구원 모두 이런 만남과 교류의 계기를 더욱 확대하자는 데 마음의 일치를 보았다. 이런 국제적인 교류의 틀을 더욱 확고히 다진 것도 이번 학술교류의 커다란 성과였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계속 이어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