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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3-31 16:54
제목 [참관기] 제51차 사회인문학 포럼: 감성과 (생애)성찰


제51차 사회인문학 포럼 참관기
감성과 (생애)성찰 - 감성은 어떻게 성찰의 매개가 될 수 있는가

연구보조원 김지인

  제51차 사회인문학포럼, '감성과 (생애)성찰'이 지난 3월 25일 금요일 오후 연세대학교 위당관 501호에서 열렸다. 사회자이자 발표자였던 최기숙 교수의 인사말 속 기원처럼, 감성과 성찰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문학과 사회학에 걸쳐 자유로운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날 포럼은 최기숙 교수, 김왕배 교수, 소영현 교수, 김명희 교수 네 연구자의 발표에 이어 자넷윤선 리 교수, 박진우 교수 두 토론자의 지정토론과 자유로운 종합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실제 진행은 발표 후 지정 및 종합토론의 순서였으나, 논의의 편의상 발표와 토론을 연결하여 참관기를 구성하도록 한다. 참관기를 쓰는 필자는 포럼의 전체 주제나 영역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이나, 현재 살아가는 매일의 고민들과 닿아있는 발표와 토론이었기에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발표자들의 논의를 충실히 보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미리 양해를 구한다.

  첫 번째 발표인 최기숙 교수의 <지속가능한 '감성-성찰' 자원 구축을 위한 한국 '고전/전통'자원의 재맥락화>는 '신비로운 과거'나 일회적 소비의 공간으로 소비되고 있는 한국이 어떻게 동아시아, 혹은 세계와 의미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한국고전을 재발견하고자 하였다. 이는 몇 가지 영역에서 이루어졌는데, 1)경계이월의 경험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사대부 문학 2)언문대중의 '감동'을 고찰해볼 수 있는 자료로서의 언문소설 3) 고전문학에서 사용되는 '자품어', 곧 사람의 인격을 존경을 담아 평가하는 언어들이 그것이다. 사대부 문학에서는 이들이 스스로 부여하는 기준에 완전히 어긋나는, 전혀 다른 삶을 긍정하고 존중을 담아 기록한 것에 주목하였고, 언문소설에서는 특히 언문대중이 과연 무엇에 '감동'을 받았고 이러한 문학작품을 즐겼을지를 살피고자 했다. 
  이 발표에 대해 자넷 리 교수는 네 가지 논점을 제기했다. 1) 두 개의 서로 다른 논문이 하나로 묶인 인상을 받았다며, .사대부의 글쓰기와 언문소설이 과연 하나의 논의 안에서 다루어질 수 있을까, 내지는 둘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좀 더 설명해주기를 요구했다. 2) 언문소설에 나타난 주변인물들의 다양한 형태의 시선과 지지와 공감, 교감에 대한 설명에 관심을 표했다. 3)최근 개인적으로 공간과 감정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밝히며, 공간이란 것이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라 할 때, 특히 정서와 공간의 관계를 살피는 것이 유의미하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4)한국적인 전통, 한국적인 가치라 하였을때 그것이 어떤 면에서 한국적이고 어떤 면에서 전통적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배려, 의리 등의 정서는 전통적이고 한국적인가?하는 질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기숙 교수는 '실재하는 방관자들/목격자들'의 역할을 김명희 교수의 발표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언급하며, 눈에 보이는 공간 외에도 가상공간이나 심성공간에 대한 주목도 필요할 것 같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한국적인 가치, 전통 가치라는 표현에 대한 질문에는 물론 근대에도 이러한 가치들이 있지만, 이를 '공유가능한' 동아시아적 자원으로 발굴하고자 했기에 고전문학에 주목했다 답했다. 더욱이 고전문학에서는 사망후에도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대상을 역사화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짐을 첨언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김왕배 교수의 <'혐오'와 '메스꺼움' 그리고 배제의 정치>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혐오라는 감정과 사회의 작용에 초점에 두었다. 우선 집단에 대한 혐오의 역사를 '인구'라는 새로운 몸을 발견하고, 이를 국가의 권력이 '관리'하는 국가인 '원예국가'의 등장에서 시작해서 설명하였다. 또한 국가권력은 예외상황을 선언하고 혐오스러운 '적'을 제거할 것을 정당화하며 대중들은 이에 동의하여 국가권력을 강화하는 매커니즘을 보여주었다. 이어 이러한 과정의 위험성을 피아구분이 매우 모호하다는 점에서 보이고, 또한 사회 안에 차이가 소멸될 때 공포감이 생겨 오히려 폭력이 야기되며, 집단 내부에서 차별적 존재를 찾아 그를 희생시키는 현상들을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혐오'와 '메스꺼움'의 위험성을 혐오의 재생산에서 찾았다. 비록, 희생양을 찾아 혐오하는 자들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혐오와 메스꺼움이 크리스테바나 엘리아스가 말한대로 사회를 좀 더 성찰하고 양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하더라도, 혐오는 혐오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타자에 대한 성찰의 배아를 자르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어 '혐오를 혐오하며 혐오가 증폭되는 사회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를 것으로 발표를 마무리 하였다.
  박진우 교수는 지정토론에서 김왕배 교수의 발표나 서동진 교수의 발표 개별에 한정되지 않는 총평적인 논평을 가했는데, 특히 김왕배 교수의 발표에 대해서는 '혐오'나 '메스꺼움'이라는 감정은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명백하게 정치적 과정인데, 발표문에서 이것이 드러났다고 평했다. '혐오'란 감정이 작동하는 과정이자 동시에 행위가 작동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왕배 교수는 '감정은 구성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답하며, 감정이란 문화와 구조로 '내려앉'으며, 그때에 사람들이 그에 맞춰 행동한다며 이를 마르크스주의적으로 보표현한다면 구조주의적 유물론이라고 할 것이겠다고 서동진 교수의 발표에 대한 평과 함께 답하였다. 

  세 번째 발표자인 서동진 교수는 <감성팔이 혹은 물화된 정동: 감정과 체험의 유물론을 위하여>에서 일종의 '감정의 쓰나미' 속에 세월호 사태/참사가 진지한 성찰과 고찰의 대상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소비되고 망각되는 것이 아닌지를 냉철하게 지적했다. 그는 현상태를 세계에 대한 정치의 소멸로 규정하고, 그 이유로 정치란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인데, 성찰이 거세된 감성은 자연스럽게 자동으로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대체하거나 포기시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감성을 배제하거나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정치/사회 제도 안에 포섭되어 논의되기를 희망하는 것임을 밝혔다.
  지정토론자였던 박진우는 발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개별 발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토로하며 총론적인 토론을 전개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 를 여러가지로 많이 보여주었는데, 오늘 포럼은 '무엇을 해야하는가'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동진 교수가 발표에서 비판한 미디어의 문제에 대해서, 그는 미디어 매개가 중요한 이유는 역시 타인의 고통을 전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므로, 감정을 이론적으로 접근하려면 미디어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서동진 교수는 자신의 발표에 대한 코멘트라기 보단 전체 발표에 대한 토론이라며, 세월호는 '파국/재난/종말'로 소비되고 있다며 절정의 스펙타클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이미지를, 세계에 대한 분석을 대체해버린다며, 세월호에 대해 계속 얘기하는 것이 오히려 일상적인 폭력들과 문제들에 눈감게 한다고 마무리했다. 

  네 번째 발표였던 <야만적 정열: 식민지기 여성범죄와 친밀성폭력에 관한 메타적 관찰>에서 소영현 교수는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에 갑자기 소설과 매체에 빈번히 등장하는 어린 부인들의 남편 살해를 소개하고 분석했다. 그는 전체적인 통계를 살펴보면 갑자기 이 시기에 두드러지거나, 정말로 빈도가 많은 사건도 아니었다며, 섹슈얼리티 담론이 등장하고 이것이 소설에 내면화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다른 담론들로 성욕학이라는 새로운 우생학적 과학경향과, 새삼스레 근대 과학인양 포장되어 대두했던 조혼폐해 비판담론 등을 점검했다. 그는 ,이름이 없는 촌부가 본부살해범이 됨으로서 비로소 이름을 얻게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담론은 인종개량론과 우생학으로 포장되고 번져갔다고 평하고. 이러한 문제 상황을 더 연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넷 윤선 리 교수는 해당 주제에 관해 최근 의료사나 법률사의 관점에서의 논의가 특히 영미권에서 적극적으로 생산되고 있음을 보고하고, 문학 영역에서의 연구를 환영했다. 아울러 사건과 담론이 매체와 소설로 구현될 때의 차이를 더 살펴보면 흥미로우리라 생각된다고 코멘트했다..
  이에 대해 소영현 교수는 서발턴으로서의 여성범죄자를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며, 이 사태는 섹슈얼리티의 배분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간부'와 모의해서 '본부'를 죽인 여자의 배후에는 언제나 간부가 있고, 언제나 충동적 살인이 아니라 '모살'이라며, 자기방어나 충동이 아니라 자기가 같이 살고 싶은 남자가 있어서 본부를 죽이는 것은 말하자면 이혼이 불가능했던 시대에 주체적으로 연애를 하는 '구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감정인데, 이들의 감정은 신여성의 그것과는 달리 근대적 긍정적 연애가 아닌 '범죄'이자 박멸의 대상이 됨을 볼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김명희 교수는 <이행기 친밀권의 감정동학에 대한 사례연구: <26년>의 감정생태계를 중심으로>에서 웹툰 <26년>을 분석하며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저항자 등 다양한 존재들의 역학와 역할을 설명해냈다. 이행기 친밀권이란 이행기 정의와 친밀권을 조합한 연구자의 용어임을 설명하며, 웹툰 <26년>이 그려낸 5.18 이후 정의가 구현되지 않은 현사회에서 나름의 정의를 구현하려는 각 등장인물들의 치열한 고통과 고민, 감정반응들, 선택과 행동들의 묘사가 사회학 이론만큼이나(혹은 더욱) 정치하고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5.18(아울러 4.16)을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외상은 '개인'의 문제인데, 개인의 문제로 사회문제를 다룰 때 사회비판과 '치료'가 분리되고, '보상'과 '치료'로 문제가 종결됨을 경계했다. 그는 이어 '생태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5.18 이후, 혹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는 사건들의 이후 반성하는 가해자, 방관자, 피해자의 유족들 등 "사건의 주권"을 가진 이들이 수행해온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또 중요한 역할을 부여했다. 
  이 발표에 대해 자넷윤선 리 교수는 '5.18에 대하여 응보적 정의/회복적 정의 어느쪽도 회복되지 않았음을 지적해주었다'며, 이 발표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빠져나가는 많은 문제들을 지적하여 방관자나 저항자의 역할을 강조하였다고 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감정이 어떻게 사회적 도덕을 회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감정생태계','감정동학' 등 몇몇 용어에 대해 추가설명을 요청했다. 또한 발표에 설명된 '방관자'에 대해 '구경꾼 이론'에 나타나는 구경꾼같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역할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방관자에게 많은 역할이 기대되어 흥미로웠다고 평했다. 
  이에 김명희 교수는 구조가 아니라 생태계라고 쓴 이유는 개인주의적인 접근법을 피해가기 위해서였다며, 구조 역시 사회학에서는 정태적인 것이 아니라 다이나믹스를 내포하는 단어임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구경꾼 이론에서는 객관적 방관자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거나 사태의 끔찍함을 강조해주지만, 한국 사회를 추동한 힘 중의 하나는 오히려 방관자의 부끄러움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끝까지 도청에 남았던 시민을 등졌던, 도망쳤던 지식인들이 예일텐데, 이들의 변화가 감정의 민주화의 필수적으로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감성'이라는 얼핏 보기에 학적 분석과 성찰의 대상으로 삼기에 모호하고 난해한 것을 주제로 한국 사회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 이 발표회가 모든 참가자들에게 학적 자극이 되었으리라 기대하며 참관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