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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2-11 15:10
제목 [침관기] ‘한국학’의 고고학, 고현학 혹은 탈구축

 

참관기

한국학의 고고학, 고현학 혹은 탈구축

 

연구보조원 이지원

- 주최: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INAKOS),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사업단

- 일시: 2016.01.15.() 13:00~18:00

- 장소: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100주년 기념홀 (위당관 6)

- 후원: 한국연구재단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와 국학연구원 HK사업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다양한 기관과 전공의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키노트 스피치를 포함하여 총 26개의 발표 및 토론이 이루어졌다. 한국학의 고고학, 고현학 혹은 탈구축이라는 학술대회의 표제 아래 참여자들은 한국학이라는 학제 또는 담론이 확산된 1990년대 이후의 학술적 흐름을 성찰해 보거나, 가깝게는 1970년대의 멀게는 1950년대, 1930년대에서 한국 또는 조선을 연구하려고 한 여러 시도들을 검토해 보고 앞으로의 한국학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를 나누었다.

 

학회는 연세대 국문과의 김철 교수의 키노트 스피치 자기를 지우면서 움직이기: ‘한국학의 난관들로 시작하였다. 김철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오늘날에 이르는 시기가 국학, 국사, 국문학 등 민족적 정체성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들의 역사성을 의문시하는 흐름이 등장했고 괄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생산한 시기이도 하나 동시에 대학에서의 지식 생산에 있어 국가가 깊게 개입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발표자는 이러한 아이러니가 오늘날 한국학의 자명성에 도전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난감함과 무력감을 느끼게 하고 있지만 연구자들은 “‘한국한국인의 동질성과 경계를 확립하고자 하는 국가국민의 압력 아래, ‘비국민’, ‘반국가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자기 자신을 지우면서 움직이는 방식으로 극복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1부의 두 번째 발표는 HK사업단 김항 교수의 실체적 보편에서 매개적 보편으로: 형이상학의 질병과 한국학 비판이었다. 김항 교수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한국학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국학 자체를 정의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동어반복에 그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런 문제가 근대이라는 보편을 의문시하지 않고 한국과 근대의 관계만을 물어온 데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특히 발표자는 2000년대 중반 한국사 분야에서 내재적 발전론 비판과 반비판을 예로 들며 근대주의뿐만 아니라 그것의 비판 역시도 일정한 한계에 갇혀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발표자는 둔스 스코투스와 오캄 등 스콜라 철학에서의 보편의 존재성격에 대한 논쟁으로부터 실체적 보편의 대안으로서의 매개적 보편의 개념을 도출하고 이런 관점에서 각각 일본과 한국을 연구한 마루야마 마사오와 가지무라 히데키의 예를 들며 한국학과 보편을 함께 사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1부의 마지막 발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서호철 교수의 학제간 연구의 현황, 성과, 전망에 대한 고찰: 󰡔한국학보󰡕 사례를 중심으로였다. 발표자는 2000년대 이후 한국학이라는 개념이 확산되었지만 그것의 대상과 정의에 대해서는 정리가 어렵다는 앞선 발표자들의 논지에 공감을 표했다. 발표는 1975년 창간되고 2005년 종간된 󰡔한국학보󰡕의 사회적 배경과 내용을 개괄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이전의 발표들에서 제시된 고민들을 이어나가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발표자는 1970년대 대학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분리가 일어났으며 한국학을 목표로 한 연구소가 설립되고 학술지가 창간되기 시작했음을 지적하였다. 이런 시대적 배경 아래 󰡔한국학보󰡕1975년 일지사에서 김성재 사장의 지원과 김윤식, 신용하 등의 편집 아래에서 창간 및 운영되었다. 발표자는 󰡔한국학보󰡕에는 다양한 분야의 논문이 실렸지만 오늘날의 의에서 학제간 연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하였다.

 

2부는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이태훈 교수의 1930년대 조선지식인의 근대인식과 조선연구로 시작하였다. 그에 따르면 1930년대 조선연구의 붐은 정치운동의 극단적 억압이라는 국내적 조건과 대공황이라는 세계적 조건의 배경 아래에서 시작되었다. 정치운동이 억압된 상황에서 조선학운동은 지식인들에게 가능한 합법적 문화운동이었으며 대공황이 불러일으킨 조선이 추구해야 할 이상으로서 근대에 대한 의심은 다양한 방법과 목적의 조선연구를 촉발시켰다. 발표자는 당시의 조선연구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민족주의 계열에서는 크게 두 유형이 도출되는데 김두헌, 정인보, 박종홍의 근대적 보편의 부정과 민족적 진로”, 안재홍의 보편적 존재로서의 민족과 내재적 근대가 그것이다. 나머지 두 유형은 사회주의 계열에서 주장되는데 백남운, 신남철의 역사발전의 보편성과 계기적 변혁과 김남천, 박치우의 역사발전의 특수성과 혁명적 비약이었다.

 

다음 발표는 연세대 국문학과 강동호의 기원의 형이상학과 근원의 역사철학: 근원사로서의 문학사 연구를 위한 서설이 뒤를 이었다. 발표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기존의 목적론적 문학사 서술을 비판하며 등장한 기원론연구들이 오히려 전도된 형태의 목적론이 아니었는지 묻는다. 기원론 연구는 기성 문학사가 당연시한 근대문학 혹은 민족문학의 실체가 역사적인 것임을 드러냈지만 이를 반복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이것을 불변적인 것으로 박제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발표자는 벤야민의 근원(Ursprung) 개념을 차용하여 문학사 서술 방식이 기원론이 아닌 근원사로 바뀌어야 할 것을 주장하였다. 기원이 문학사의 연대기적이고 단선적인 시간의 시작점이라면 근원은 전사와 후사 사이의 투쟁 속에서 자신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 이념을 드러내는 것으로써 연구자는 그것이 표출된 다양한 극단의 이념들을 검토함으로써 그것을 구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발표는 콜롬비아 대학 근대한국문학과의 정재원의 Life on the Street: Mapping the Urban Everyday in the Postwar 1950s였다. 발표자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에서 거리의 풍경(streetscapes)이 국가의 일상을 상상하는 특권적인 공간이었으며 이를 텍스트만으로 쓰인 문학이 아닌 이미지, 사진을 주를 이루는 사진집, 카메라 소설 등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였다. 특히 이 시기 해당 매체들은 난민 이동, 기근, 가족의 이별과 같은 트라우마나 성노동자, 혼혈아와 같은 일상들을 포착하는데 이는 1950년대 재현의 위기가 문학의 내부적 흐름인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으로의 전환만이 아니라 전후 미국의 헤게모니의 탈식민적 주권에 의해 규정된 주체성의 한계 및 경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며 발표는 결론을 맺었다.

 

깊은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는 밀도 높은 발표들에 토론자 및 청중들은 감사와 공감을 표하고 비판적인 코멘트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발표자들의 고민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였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 전체 토론 시간을 마지막으로 전체 학술대회는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