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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2-28 21:34
제목 [참관기] 동아시아, 근대성 그리고 유교전통



<동아시아, 근대성 그리고 유교전통> 참관기

 

연구보조원 이지원, 이한빛

 

 

- 일시: 2015.12.11.()~12.()

- 장소: 11: 연희관 201호 국제회의실 / 12: 위당관 313호 국학원구원 회의실

- 주최: 증산대학교 철학과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사업단서강대학교 SSK 탈서구중심주의 연구단

- 후원: 한국연구재단


 

 

국제학술대회 동아시아, 근대성, 그리고 유교전통은 중국의 증산대학교 철학과와 한국의 연세대 HK 사회인문학 사업단 및 서강대 SSK 탈서구중심주의 연구단의 주최로 20151211일과 12일 양일간 개최되었다. 11일 학술대회는 연세대 국학연구원의 도현철 원장의 개회사와 증산대 천샤오밍(陈少明) 교수의 인사말로 막을 열었다.

 

도현철 원장은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유교전통이 과거에는 서구적 근대화의 장애물로 비판되기도 했었지만 21세기에 들어 새롭게 해석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전통이 서구 근대성의 기준이 아니라 어떤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합의가 없으며 이번 학회가 동아시아 학자들 사이에 공통의 언어를 찾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개회사를 마무리하였다.

천샤오밍 교수는 과거 중국의 학자들이 최근 유럽과 같은 서구 국가들보다는 유교를 비롯한 공동의 문화와 자원을 공유한 동아시아와의 교류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아시아 국가들은 같은 전통들을 공유하고 있는 동시에 시간이 지날수록 비슷한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상호간 대화의 증진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인사말을 마쳤다.

 

첫 발표는 천샤오밍 교수의 친족, 아는 사람, 낯선사람: 사회변화 속에서의 유가윤리였다. 발표자는 이번 발표에서 유가윤리의 체계를 자세히 조망한 뒤 현대사회에서 유가윤리가 변용하고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지 타진해 보고자 하였다. 이런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중심이 된 유가의 개념은 친족, 아는 사람, 낯선 사람이라는 세 가지 범주였다. 발표자는 이 범주들이 구체적이고 직관적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유가에서 각 범주들에 따라 제시하고 있는 독특한 윤리적 규범들이 전통과 현대의 사회조직의 차이를 고려해서 적용할 경우 동아시아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응할 대안적인 윤리가 될 수 있음을 논증하였다.

그 다음 발표는 경희대 공공대학원 김상준 교수의 주희 주권론의 현재성이었다. 이 발표는 천샤오밍 교수의 발표와 마찬가지로 유가의 현재성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하지만 앞서의 발표가 유가라는 사조 일반의 사회윤리에 대해서 논했다면 이 발표는 주희라는 특정 사상가의 정치사상, 주권론에 방점을 두었다. 발표자는 근대 서구의 주권론이 역사적 기원에서나 그 내재적 내용에서나 전권(專權), 팽창적, 공격적 주권인데 반해 주희의 주권은 공치(共治), 내향적, 평화적 주권론이었음을 󰡔주자봉사(朱子封事)󰡕의 독해를 통해 논증하고자 하였다. 서구의 인민주권론이 군주 대신 인민을 주체로 세웠지만 주권에 내재된 절대적인 성격을 제거하지 못한 데 반해, 주희의 주권론은 비록 군주가 주체였지만 일체의 사사로움을 제거할 것을 요구한 성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발표는 국학연구원 조경란 교수의 전통·근대·혁명국민국가와 중화민족 이데올로기의 이중성이었다. 앞서의 두 발표와 달리 이 발표는 전통 유가사상의 현재성보다는 현대 유가 이론들의 정치적 성격을 분석하였다. 발표자는 오랜 기간 전쟁과 혁명을 겪은 중국이 통합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으로서의 국민국가, 중화민족 이데올로기의 역사적 전개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런 이데올로기가 근래 와서는 권위주의, 신자유주의, 유교전통으로 구성된 당국체제를 긍정하는 중국몽(中國夢)” 담론으로 귀착되고 있다고 논했다. 나아가 이렇게 중국적 보편주의를 주장하는 담론들이 형식적으로는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저항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것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답습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중국적 보편주의가 서구적 보편주의를 극복하는 것이지 대체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토론자자와 청중들은 발표자들의 수고에 감사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천샤오밍 교수의 발표와 관련해서는 전통과 현대 사회의 조직이 대립한다는 선입견을 벗어나 유가윤리가 가지는 현재성을 보아야 한다는 발표의 주요 논지에 대한 동의가 공유되었다. 그러나 타인을 범주별로 구분하여 관계를 맺는 방식이 상황에 따라서 위계적인 구조로 귀착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김상준 교수의 발표에 대해서는 주희의 주권론이 서구의 주권론에 대해 가지는 대안적 성격의 발견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석에 있어서 서구의 인민주권론 역시 군주권에 비했을 때 자기제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주희의 주권론 역시도 일견 폭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졌다.

조경란 교수의 발표에 관해서는 중국이 점점 더 국제질서의 중심에 서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문제제기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미국 중심의 단극적 체제에서 중국을 포함한 다극적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국적 보편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는 의견과 해당 담론에서의 동아시아의 부재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발표자들은 토론자들의 의문과 문제제기에 감사해 하면서 발표 도중 시간이 부족해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 내용들을 추가적으로 언급하면서 관련 논점들에 대한 성실한 답변과 솔직한 고민을 제시해 주었다.

 

12일 학술대회는 전통과 불평등을 주제한 세션 2와 양일간의 학술대회를 종합하는 종합토론으로 구성되었다. 신주백 교수의 사회로 시작된 12일 학술대회는 오전 10시에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와 토론의 진지함이 돋보였다.

 

세션 2의 첫 번째 발표는 중산대학교 철학과 천리셩(진입성) 선생의누구의 생각어떤 직위?였다. 논어의 사불출이 논쟁을 중심으로 유학에서 심성과 정치의 관계를 재고찰하고자 하였다. “사불출이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다른 정사를 논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 명제는 정치적 명자로서, 위치와 능력이 일치해야함을 말하며 관리의 책임의식을 강조한다. 예법사회에서 지위는 상징적 힘을 가진 의미와 공간이기에, 지위에 따라 의미와 시간 또한 달라진다. 이질적 의미와 이질적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불출이의 의미는 송의 시대 이후 달라진다. 송 이후 사불출이는 나를 엄격하게 대하되 타인의 수신에는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도덕과 수신의 맥락에서 많이 사용되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정치론과 심성론의 관계가 별개의 것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천리셩 선생은 이러한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며 송 이후에도 사불출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정치 안에 심성이 없다고 여기는 순간 정치는 맹목적인 것이고 공허한 것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지식인은 모든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송과 명 이후 정치적 명제는 정학합일 또는 사학합일을 주장했다. 과거의 지식인들은 사불출이와 자리()의 의미가 변화하던 상황에 대처하면서도 정치와 심성을 대립적인 것으로 두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째 발표는 서강대 SSK 연구단의 고희탁 선생의 발표였다. 정치사회적 평등성을 둘러싼 유교의 두가지 이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 발표는 주자학에 유교의 정치사회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였다. 고희탁 선생은 유교의 전통이 정치사회적 평등성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경향에 문제제기를 하며, 유교의 정치사회적 평등성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학설들을 자세하게 분석했다. 유교의 평등성에 대한 의식으로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주자학의 해석이다. 그러나 보다 주목되어야 하는 것은 탈주자학, 고희탁 선생의 정의에 따르면 공자주의 버전의 평등관이다. 공자주의버전에는 유교의 평등지향에 대해 보다 많은 가능성을 읽어내기 때문이다. 고희탁 선생은 일본 도쿠가와시대의 유학해석에서 많은 논의들을 도출해내며, 동아시아의 공자주의버전이 유교의 창조적 해석을 위한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유럽학자들의 유교해석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두 발표에 대한토론은 서강대 SSK 연구단의 이관후 선생의 날카로운 질문들로 구성되었다. 이관후 선생인 두 발표자 모두가 유교의 연속성과 단절성을 논의한다는 것에 주목하며, 이러한 논의가 기독교적 전통과 유사함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기독교에서는 종교성에서 정치성으로 변화하였음을 강조한다면, 유교에서는 정치성에서 철학성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관후 선생은 두 발표에서는 송 이후의 철학적, 이론적 발전에 대해 다르게 평가되었다고 언급하며, 유교의 변화에 대한 평가가 세션2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분석했다.

고희탁 선생은 이 질문에 대하여 유교의 변화는 사상적으로는 진보라고 볼 수 있으나, 근대와 마주했을 때는 이 변화는 보수적 퇴보라고 답변했다. 양가적인 발전이라는 것이다. 고 선생은 이 사상사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유교에 대한 주류적 시각은 성리학이나 주자학이어 왔다는 것을 지적하며, 주된 해석에 포착되지 않은 흔적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에 의한 유교적 실천을 주목해야한다는 것이다. 소위 대중유교라고 할 수 있을 이러한 경향들은 지금까지 평가되어온 것보다 강력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별질문 중에서도 흥미로운 질문이 많이 있었다. 먼저 천리셩 선생이 사불출이 논쟁에서 끌어낸 정치성은 그 의미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의미의 자치론을 해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일반적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와 연관되며 사불출이 사상이 정치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리셩 선생은 20세기 초반 중국에서 진행된 근대성을 수용하기 위한 노력들을 언급하며, 중국에서 정치성은 모든 사람이 교육을 받고 그 중 능력이 출중한 이들이 정치로 입성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고 답변했다.

 

세션2와 양일간의 학술대회를 마무리하며 나종석 교수와 오중경 교수는 이 학술대회가 동아시아와 유교에 대한 재해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익숙하지 않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의 학술적 논의들이 어떻게 적극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는지 주목했다는 점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매우 흥미로운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