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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6-27 19:15
제목 [참관기] 제442회 국학연구발표회: 한국의 근대성과 기독교의 문화정치

 

 

 

    제442회 국학연구발표회: 한국의 근대성과 기독교의 문화정치


연구보조원 한영인

 


 

 


     442회 국학연구발표회는 2015618일부터 이틀에 걸친 <한국의 근대성과 기독교의 문화정치 : 지식, 망탈리테,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연세대학교 산학협동연구관 310호에서 개최되었다. 평소 지도교수님을 통해 이 작업에 대해 귀동냥했던 바가 있었기 때문이 그 작업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할 수 있는 이 학술대회에 적이 관심이 갔다. 한국의 근대성을 기독교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무엇보다도 그것은 이식된 근대화자생적 근대화라는 대립된 틀을 생산적으로 해체할 수 있는 요긴한 방법론적 지평을 열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갖는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유례없는 지위를 생각해볼 때 그렇다. 이제까지 기독교는 한국 근대의 외래적 이식을 대표하는 것처럼 여겨진 바 있지만 - 가령 황석영의 손님이 대표하듯 - 실은 기독교의 수용은 한국이라는 낯선 풍토와 접합되고 접속하는 상호적인 과정이었다. 이 학술대회를 통해 이러한 접합과 접속의 상호성의 폭넓음과 깊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보람찬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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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의 광범위함 때문에 학술대회는 총 네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으며 양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날엔 두 개의 세션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세션은 <조선 모더니티와 기독교 - 자원의 위치>라는 제목 하에 강동호, 김성연, 김인수 선생님의 발표가 있었다. 강동호 선생님은 증상으로서의 세속화, 이광수의 기독교 인식에 대한 재해석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한국 문학의 근대성과 기독교와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규명하는 논리적 관점의 하나로 세속화에 대한 이론적 논의들이 유용한 방법론이 될 수 있음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발표에서는 이광수의 텍스트를 대상으로 삼아 한국 문학의 근대성과 기독교와의 관계를 동시적으로 논의했다. 김성연 선생님은 연희전문학교와 식민지의 지식 아카이브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연희전문학교 도서관 장서 구축의 실체를 검토했다. 이는 푸코가 지식의 계보학에서 내비친 도서관의 구성성에 대한 문제의식에 기초한 것이었다. ‘누가, 무엇을, 보존과 연구의 가치가 있는 지식 산물로 분류하고 기록으로 보존하기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함으로써 지식의 역사성과 소멸의 체계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연의 발표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식민지 시기 연희전문학교의 도서관 장서 실태를 실증적이고 꼼꼼하게 정리해서 제시했다. 첫 번째 섹션의 마지막 발표는 김인수 선생님께서 맡아주셨다. 김인수는 기독교와 사회조사 : 일제하 태평양문제조사회(IPR)의 농촌조사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기독교와 사회조사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드물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초반의 동아시아에서 태평양문제조사회의 재정적, 학술적 지원을 통해 이루어진 농촌조사 가운데 식민지 조선의 사례를 중심으로 기독교 세력의 역할과 의미를 탐구했다.

    두 번째 세션의 제목은 <이입, 접속, 습합하는 기독교>였다. 세션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두 번째 세션의 발표들은 기독교와 조선의 상호성에 주목하는 발표들로 구성되었다. 나종석 선생님은 다산 정약용을 통해 본 기독교(천주교)와 유교의 만남 - 한국적 근대성의 논리를 둘러싼 논쟁의 맥락에서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다산 정약용의 사례를 중심으로 천주교와 유학의 만남이 한국 근대성의 논리/문법의 해명에 어떤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나종석은 정약용의 근대성을 천주교와의 긍정적 관련성 속에서 이해하려는 입장이 가진 문제점을 비판하고 그의 논의를 유교적 정치신학의 관점에서 독해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천주교의 전래가 끼친 충격을 과장하는 그간의 논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표의 논지는 근대성과 관련하여 널리 퍼져 있는 유럽 중심주의에 대한 발표자의 오랜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뒤이어 이선호 선생님께서 기독교-불교의 융합과 그 사회적 의미 : 변선환의 사상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이어가주셨다. 이선호는 이 글에서 우리나라에 불교가 먼저 유입된 가운데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서로 조우하게 되는 부분을 역사적으로 조망하고자 시도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종교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기독교의 입장에서 이를 극복하고자 한 시도의 하나로 변선환의 사상에 주목했다. 서구의 기독교가 우리나라와 처음 접촉한 것은 통일신라 및 발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저자의 주장은 단순히 기독교를 근대라는 시기로 국한시켜 이해하는 통념에 비추어 봤을 때 상당히 재미있는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때 기독교(경교)는 불교와의 융합을 통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새로운 종교가 유입되었을 때 기존의 종교들과 함께 융합되려는 경향이 있었음을 알게 해주었다. 두 번째 세션의 마지막 발표는 장석만 선생님이 맡아주셨다. 장석만은 초기 개신교 신자의 개종이 지닌 성격 : 1900~1910년을 중심으로에서 1900년에서 1910년 사이의 10년 동안 개신교의 개종과 한국의 근대성 경험을 서로 연관시켜 봄으로써 한국의 개신교와 한국의 근대성의 성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개신교 선교사들이 추구했던 개종과 당시 조선인들이 실행했던 개종 사이의 간극은 외부의 어떤 충격이 도입될 때 생겨나는 희/비극적인 간극을 지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튿날 열린 세 번째 세션의 제목은 <‘교회혹은 정치적 상상과 기획>이었다. 여기서는 김건우, 이상록 선생님께서 발표를 맡아주셨는데 개인적으로 관심이 겹치는 시기이기도 해서 특별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김건우 선생님은 해방 후 한국 무교회주의자들의 공동체 구상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성서조선을 중심으로 한 무교회주의자들의 사상적/실천적 관계도를 구성한 뒤 류달영의 재건국민운동본부활동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당시 무교회주의자들이 북유럽을 이상적인 모델로 삼고 펼쳐나갔던 협동조합 운동과 기타 사회조직 운동은 1960년대 이후 국가의 그것과 경합하는 새로운 국가/사회 조직 모델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커다란 수확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국가로 회수되어버리는 과정에 대해서는 조금 더 면밀한 추적과 평가 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상록 선생님은 1960~70년대 조지 오글 목사의 도시산업선교 활동과 산업민주주의 구상에서 조지 오글 목사의 전기적인 삶을 소개하고 그의 글을 발굴하여 그가 지니고 있었던 산업민주주의 구상에 대해 소개했다.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는데 그의 기획이 “`1970년대 기독교 계열의 자유주의 기획의 급진성과 보수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라는 말은 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겼다. 토론자인 김원 선생님은 보수성은 긍정할 수 있지만 급진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오히려 반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기획을 보수적인 것으로 볼 수 있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정치적 지반이 무엇일까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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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세션은 <기독교의 운동 혹은 대항 - 운동의 논리와 역학>이라는 제목하에 이철호 선생님과 박노훈 선생님의 발표가 있었다. 이철호 선생님은 민족통일 표상의 ()가능성 : <씨알의 소리>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함석헌의 1970년대 민족통일 담론에 대한 지식인 들의 응답을 살폈다. 이철호는 함석헌의 담론에 냉소적이었던 여타의 사람들과 달리 백낙청이 함석헌과의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었다고 말하며 그것을 샤르댕과 유기체적 생명론으로 의미화했다. 그리고 김지하의 율려를 위시한 생명사상을 접함시킴으로써 김지하의 그것을 함석헌적인 것백낙청적인 것사이의 절충으로 위치시켰다. 박노훈 선생님은 1970년대 기독교 인간학의 출현과 수용 : 성서와 민중 이야기를 중심으로에서 성서의 해석학에 주목하면서 성서 이야기가 당시의 민중들 사이에서 수용된 하나의 양상을 1970년대 한국이라는 특수한 장 속에서 파악해보고자 했다. 여기서 박노훈은 김지하의 장일담과 누가복음의 탕자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인간 주체를 억압하며 타자성을 부인하는 정치경제적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초월적 전망을 그려냈다.

    이번 학술대회는 기독교라는 공통의 주제 하에 문학, 철학, 역사, 사회학. 신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과학문의 관점들이 모두 모인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았다. 포장지만 화려하고 실속이 부족한 종합선물세트도 드물지 않지만 이번 학술대회는 모두 저마다의 관점에서 기독교와의 관련성을 풍부하게 고찰한 뜻깊은 학술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간학제간 연구, 통합학제적 연구가 운위된지도 오래되었는데 모처럼 그에 걸맞은 지적 만찬을 향유한 학술대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