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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6-27 19:09
제목 [참관기] 제 45차 사회인문학 포럼/ 사회인문학 저작비평회 Ⅶ: 『조선의 지식계보학』

 

    2015623일 연세대학교 위당관 313호 국학연구원에서 최연식 교수님의 조선의 지식계보학에 대한 저작비평회가 열렸다. 저자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한국정치사상을 강의하고 있었는데 저자가 스스로를 약간은 자조적이게 박쥐라고 칭한 것처럼 연세대학교 정외과에서 한국정치사상사를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작업임이 분명했다. 먼저 연구 대상이 역사학과 철학이라는 다른 분과학문과 겹칠뿐더러 정통적인 정치학 연구가 비교정치학과 국제정치학 등에 편중된 현실을 돌아볼 때 상당히 마이너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참관기를 쓰는 나 역시 연세대학교 정외과를 졸업했지만 저자인 최연식 교수님의 수업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이렇게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한국을 위시한 동아시아의 근대성과 국가 형성 과정에 관심을 기울인 저자의 노력이 작은 결실을 맺은 것이 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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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지식계보학은 조선의 지식인 15명이 문묘에 종사되는 과정을 다룬 책이다. 조선의 문묘 종사는 단순히 학문적인 성취의 문제라기보다는 지식-권력이 작동한 결과에 가깝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문묘 종사의 정치 동학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 지식인들의 치열한 권력전쟁의 모습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책을 소개하는시간에 왜 이 책에 계보학이라는 이름을 달았는지, 그 의도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그리고 정치학 연구자로서 정치사상사를 연구한다는 것의 의미를 밝힌 후 지식/권력의 문제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 정치학 연구의 고유한 특장을 살리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 담긴 또 하나의 문제의식은 정치적 권력과 지식인의 관계에 관한 저자의 비판적 의식이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자기 수양으로서의 학문은 현재 지식인들이 상실한 어떤 비판성과 도덕성의 참조점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책에 대한 논평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계신 박홍규 교수님께서 맡아주셨다. 박홍규 교수님은 이 책을 니체와 푸코의 프리즘을 통해 문묘종사라는 조선 정치의 본질을 통시적으로 조감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덧붙여 10년에 걸친 저자의 노력과 구성의 깔끔함, 서술의 정갈함, 논지의 촘촘함 등을 높이 샀다. 그러면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는데 첫 번째 제기된 문제는 저자의 책에서 권력과 지식에 관계에 대해 두 프레임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하나는 왕권대 신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권력 비판의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신권 대 신권으로 표현될 수 있는 권력투쟁의 측면이다. 다시 말해 조선 지식인들은 왕권에 대항해서는 권력비판적인 투쟁 양상을 띠었지만 자신의 학파를 구성하고 문묘 종사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계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는 상호적인 권력 투쟁의 방식을 띠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 이렇게 두 가지 프레임이 공존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런지도 모른다. 박홍규 교수님이 지적하는 두 번째 문제는 이 두 프레임이 서술 과정을 통해 권력 비판의 측면이 우세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지식-권력의 문제틀은 사라지고 통치하는 권력과 저항하는 지식이라는 이분법이 다시 작동하게 된다. 이는 이날의 다른 논평자들 역시 지적한 바 있다. 푸코의 지식권력론을 방법론으로 차용했지만 실제 서술에서는 푸코가 전형적으로 비판한 구도에 입각해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조광조가 정몽주를 조선 지식인의 표상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난세의 암군에 대해 충성을 맹세한 정몽주가 연산군의 폭정에 대한 반정 정신의 상징이 될 수 있었겠느냐에 대한 문제 역시 제기했다. 그리고 문묘종사를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오히려 문묘종사는 권력투쟁의 산물이라기보다는 도의 계보에 적합한 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가깝지 않았느냐는 반론도 제기되었다. 다시 말해 권력투쟁의 결과 안 될 사람이 되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될 사람이 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하지마 박홍규 교수님의 이 지적은 지식-권력론에 대한 면밀한 이해의 부족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권력은 무언가를 억지로 주조해내는 힘에 불과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상을 자연스럽게보이게끔 유지하는 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할 때, 지식-권력론의 관점에서 보면 문묘종사 15인의 명단의 자연스러움은 그 자연스러움을 보증한 지식-권력의 작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책의 저자인 최연식 교수님 역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수긍하고 추후 연구를 통해 수정해나가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혀주셨다. 이날의 저작비평회는 저자의 앞으로의 연구계획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최연식 교수님은 박사과정 입학 할 당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근대성 경험과 국가 건설 경험에 대한 비교 연구를 계획했다가 능력의 한계로 인해 미뤄두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그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자의 다음 저작에 대한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