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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5-04 13:19
제목 [참관기] HK 학술대회 : 동아시아 근대성을 다시 묻다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사업단과 서강대 SSK 탈서구중심주의 연구단이 공동개최한 학술대회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다시 묻다〉가 지난 4월 24일 연희관 201호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동아시아와 특히 한국의 근대성을 반성적으로 검토하고자 하는 큰 기획의 첫 시작으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거시적으로 반성하는 세션1과 특히 근대이행기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세션2로 구성되었다. 전체 일곱 명의 발표자와 세 명의 토론자가 이른 오전부터 저녁까지 열띤 발표와 토론을 나눈 자리였다. 특히, 한국에만 시야를 고정하지 않고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반성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근대를 고루 다루어 더욱 심층적인 논의가 가능했다. 아래는 간략한 시간표이다.

 

 

 

| 세션 1 – 21세기에 보는 동아시아 근대성 | 

사  회 ― 조경란   10:40-13:00   
|나종석| 전통과 근대의 단절과 연속의 문제 - 한국의 근대성 논의를 중심으로  
|이관후| 대의 민주주의와 유교 정치사상   
|박영도| 성찰적 근대와 중용      
|류  칭| 대안적 근대성의 상상 : 문명 부흥의 꿈과 새로운 세계주의 

 

 

 

| 세션 2 – 근대이행기의 근대성을 돌아보다 | 

사  회 ― 박영도  14:20-15:50  
|신주백| 한국 근대교육과 근대성
|조경란| 윤리와 지식의 경합-중국 근대 이행기, 경전체제에서 철학체제로
|이새봄| 근대 일본의 ‘문명’ 이해 - 유학자 나카무라 마사나오의 ‘天’의 사상

 

 

 

| 종합토론 | 

사  회 ― 이하나  16:10-18:00 |고희탁| 교차토론1
|김상준| 교차토론2
|이명실| 교차토론3
종합토론

 

 

      조경란의 사회하에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반성한 세션 1의 각 발표는 동아시아의 전통사상의 큰 조류를 이루고 있던 유교/유가가 과연 ‘근대’ 이후의 삶을 사는 현재의 우리에게 어떠한 유용성이 있을지를 여러 각도에서 조망했다. 나종석은 한국의 근대성에 대한 현재 논의에서 전통사상의 역할이 과소평가되거나, 부정적인 측면만이 강조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한국의 근대성에서 유교의 긍정적 역할을 찾고자 유교적 ‘충’ 관념이 민주주의적으로 변형되는 과정에 착목할 것을 주문했다. 이관후는 현대의 대의 민주주의에서 유교 정치사상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존 논의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점검한 뒤, 유교 사상이 대의민주주의에 기여할 가능성을 ‘덕’, 곧 지위나 교육과 관계없는 실천적 지혜를 대표자에게 요구하는 유교적 사상에서 찾았다. 박영도는 인간 문명이 자신의 토대를 파괴한 현 시점에서 새로운 윤리가 될 사유를 찾고자 지적 유산으로서의 ‘중용’과 중용 해석의 흐름을 점검한 뒤, 중용사상의 요체를 ‘경계의 사유’로 이름하고 이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류칭은 중국의 중국식의 보편주의이자 전통적 유교사상의 기틀이 되어온 ‘천하 사상’의 부침을 점검한 뒤, 현재 중국에서 천하사상을 중화제국의 부활의 의미로 제기하는 경향을 강력히 비판하였다. 이어, 현대에서 천하주의를 되살린다면 그것은 다원주의적인 ‘신 세계주의’가 되어야 할 것임을 역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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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션 2의 발표들은 앞 세션에 비해 좀 더 구체적인 문제들, 곧 교육정책과 각 사상가들에게 있어 전통과 근대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날카롭게 살폈다. 박영도가 사회를 맡았다. 신주백은 한국 근대교육이 형성된 대한제국기부터 식민지기에 주목하여, 대한제국의 교육이 서구식의 개인을 전제하지 않고 전통적 백성을 근대적으로 ‘신민’으로 교육하려한 기획이었다면 일제의 교육은 생활인으로서 실무 능력을 갖춘 피지배인을 기르는 것이었음을 지적하였다. 조경란은 중국 근대 이행기에 윤리로서의 경전체제에서 지식으로서의 철학체제로 어떻게 이행되었는지를 살피며, 윤리와 지식 사이의 갈등과 긴장에서 결국 윤리중심주의가 격파되었음을 점검하였다. 이후, 현재 ‘다시’ 윤리로 돌아가려고 하는 중국이나 한국의 논의가 각자의 고유성을 강조한 나머지 국수주의적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경계했다. 이새봄은 소위 “메이지 계몽 사상”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는 현재의 상황을 소개하고, ‘메이지 계몽 사상가’로 평가받아온 나카무라 나사나오를 ‘유학자’로 규명하고 그의 기독교 이해나 윤리 교육에 대한 관점을 일관하는 보편적 ‘天’이 유학적인 것임을 분석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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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나의 사회로 진행된 교차 및 종합토론에서는 각 발표의 구체적 논의의 세부 사항을 따지기보다는, 토론자 각각의 관점을 새로이 제기하고 이에 발표자가 답하며 대화를 심화하는 형식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상준은 나종석과 류칭의 발표에 대해 ‘근대성’을 논함에 있어 그가 ‘지질학적 시각’으로 이름하는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기를 촉구하며, ‘우리 눈 앞의 유교적 영향의 현실’과 ‘유교 사상의 유용한 지점들’을 모두 염두에 둘 것을 당부했다. 고희탁은 조경란과 이관후 그리고 이새봄의 발표를 정리하며 ‘유학/유교’라는 용어가 분명 주자학과 그것과 변별되는 흐름들을 모두 포괄하는 단어임에도 자주 주자학과 등치되는 현실을 경계했다. 이명실은 신주백의 발표에서 더 나아가 근대교육의 근대성을 어떠한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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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좌중의 여러 연구자들의 활발한 발언과 문제제기가 있었다. 방광석, 강정인, 문백란, 권기하등의 발언을 일일이 적을 수는 없지만, 여러 참석자들의 발언을 통해 이른바 유교적 근대성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할 때 이른바 ‘근대성’이 한국에서 어떻게 자리잡아갔는지를 살피는 것은 절실한 작업이다. 이를 위해 우선 거시적으로 21세기까지의 동아시아 근대성을 살피고, 또 근대로의 이행기에서의 구체적 정황과 논의들을 살핀 이번 공동학술대회는 시작점으로서의 의의가 크다. ‘유교’를 키워드로 근대성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나갈 길을 모색한 발표가 많았다는 데서 우리사회에 유교가 미쳐온 영향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는데, 향후 발전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전통사상’ 만큼이나 모호하고 넓은 ‘유교’라는 개념에 대한 각자의 입장표명과 토론이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 – 김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