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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6-28 19:23
제목 [참관기] <사기영선>수업 참관기

무악서당 동양고전 사기영선강좌 참관기

 

사학과 석사 서진아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 사업단에서는 매 학기마다 고전 강좌를 열고 있다. 2016년도 1학기에도 무악서당 동양고전 강좌가 열렸다. 특히 이번 강좌의 주제는 정조가 사기에서 가려 뽑았다는 사기의 핵심을 공부할 수 있는 󰡔사기영선󰡕이었다.

사기영선은 정조가 1795년 사마천의 사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글 27편과 반고(班固)한서(漢書)에서 가려 뽑은 8편의 정수를 덧붙인 것으로 모두 35편의 글이 수록되어있다. 사기의 광범위한 내용을 간략하게 가려 뽑았지만 한 학기 안에 다 마치기에는 그 내용이 방대하다. 본 강좌에서는 그 중 이주해 선생님이 선별한 몇몇의 열전과 본기를 강독하였다. 처음 강독한 것은 백이(伯夷) 열전이었다. 백이와 숙제(叔齊)는 주나라 황실에 대한 예를 지키다 고사리를 캐먹다 굶어 죽었다는, 채미가(采薇歌)로 유명한 인물들이다. 열전에는 이 고사에 얽힌 일화뿐 아니라 백이숙제의 삶에 대하여 자세히 수록 되어있었다. 더불어 이들에 대한 사마천의 평가도 함께 살펴 볼 수 있었다. 그 밖에도 관안-관중(管仲안영(晏嬰)-열전, 항우본기(項羽本記) 등 다양한 편들의 내용을 한자 하나하나, 문장 한 줄 한 줄 자세히 살펴보았다.

강좌를 수강하는 사람들은 학생들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 분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었다. 또한 나와 같은 중국사를 전공하는 학생, 한국사 전공생, 타과의 교수님, 고전을 연구하시는 분, 비교문학과 학생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한자가 익숙하지 않거나 사료 강독을 해 본 적이 없으면 수업 듣기가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막상 수업이 시작된 직후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강사이신 이주해 선생님은 단순히 사료 강독을 연습하는 데에만 수업 목적을 두신 것이 아니라 나아가서 중국 고대사의 기초적인 내용들도 익히고 역사 인물들의 삶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셨다. 또한 선생님은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가 아닌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게 질의시간 등을 가지면서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셨다. 원 사료를 중심으로 강독하되 선생님이 만드신 별도의 PPT 교재를 통해서 학생들이 다시 한 번 수업에 쉽게 참여하고 따라올 수 있게 도움을 주셨다. 간혹 이주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한자 강독을 불시에 시키거나 내용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하셔서 당황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업 방식을 통해 수업이 더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우리가 본래 알고 있던 한자도 옛 사료에는 달리 쓰였거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점은 역사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중요하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각 사료들마다 나타나는 한자의 용례를 통해서도 당시 사회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물평에 활용되는 한자의 늬앙스는 당대인들의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덧붙여서 정조가 왜 󰡔사기영선󰡕을 만들었는가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특정한 텍스트를 엣센스 형태로 재정리하는 작업의 역사적 의미와 연결된다. 󰡔사기영선󰡕 자체가 정조가 󰡔사기󰡕 전체에서 특정 부분을 뽑은 만큼, 각 편들은 정조가 지향하던 인물상, 정치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선집류에 나오는 편목들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함으로 당시 학술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 점에서 󰡔사기영선󰡕 수업은 단순한 한문강좌 수업을 넘어서서 역사 연구의 방법과 연결되었다.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은 바로 오자서(伍子胥) 열전이었다. 오자서는 초나라 사람으로 초나라 평왕(平王)과 비무기(費無忌)에 의해 아버지와 형이 죽음을 당했다. 이후 오자서는 오나라로 들어가서 인고의 세월을 보낸 뒤에 오나라 왕 합려(闔閭)를 도와 춘추패자에 오르게 한 후, 복수에도 성공한다. 오자서 열전이 기억에 남는 이유 중 하나는 오자서라는 인물의 성격 때문이다. 오자서의 아버지가 오자서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작은 아들 운은 마음이 굳세어 사사로운 치욕을 참고서라도 큰일을 이룰 것입니다.“ 아버지의 평대로 오자서는 강건하고 사사로운 치욕을 잘 견디는 성격으로 인해 결국 복수에 성공하고 치욕을 씻어낸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강한 성격은 훗날 합려의 뒤를 이은 부차(夫差)에게 죽임을 당하는 요인으로도 작용을 한다. 하지만 부러질지 언 정 구부러지지 않는 그의 강한 성격이 인상 깊었다. 오자서 편이 기억에 남았던 또 다른 이유는 오자서 열전에는 오자서의 일생 뿐 아니라 오월춘추(吳越春秋), 와신상담(臥薪嘗膽) 등에 얽힌 유명한 일화들도 자세한 내용을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밖에 전반적으로 수업에서 좋았던 것은 사기영선 내용과 관련한 다양한 고전도 함께 살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주해 선생님은 따로 가져오신 논어의 몇몇 구절들, 박지원의 짤막한 글도 사기 속 인물들의 삶과 연관 지어서 함께 강독을 진행했다. 이러한 강좌 진행 방식은고전에 대한 이해를 더 풍부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보다 더 많이, 본 강좌를 들었으면 하는 점이다. 인문학 전공생들이 한문과 고전을 동시에 공부할 기회가 적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희소식은 방학 때도 이어서 사기영선 강좌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방학 때도 이주해 선생님의 친절한 사료 강독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마지막으로 자그마한 바람은 사기영선이후에는 선생님이 추천하신 장자(莊子), 한비자(韓非子)등의 동양고전도 추후에 개설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