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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4-26 00:51
제목 강단의 인문학, 거리로 나오라!
 
 
강단의 인문학, 거리로 나오라!
    
 
양주백석고등학교 역사교사 우현주
    
    
    
   고등학교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진로이다. 학급 경영도, 교과 수업도, 학교의 교육과정도 궁극적으로는 정규의 중등 교육과정을 마치고 어떤 진로를 선택할 것이며, 선택한 진로의 목표를 위해 어떤 준비를 도울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학교 밖 사회는 기업 맞춤형 부속품을 요구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고용불안과 청년 실업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성실하게 공부하면 낙관적 미래가 보장되는 듯한 이른바 희망 고문은 경쟁과 서열을 조장하는 교실 현장을 묵과하게 한다.
 
  시장 제일주의와 무한 경쟁주의에 대비하기 위한 학교의 진로 교육은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가?’,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가?’, ‘지금 여기의 내 삶은 행복한가?’ ‘미래의 행복한 삶을 준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사회 변화. 쏟아지는 정보, 지식 변화, 직업 변화에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그 변화를 흡수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등에 대한 대답을 미루게 된다. 요즘 아이들이 이기적이다, 폭력성을 예측할 수 없다, 교실은 붕괴되고 교권은 무너졌다라고 하지만 그것은 아이들의 책임이 아니다.
 
  그것은 인문학적 가치를 무시해서는 우리 사회가 일궈내는 모든 성과나 업적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문학적 관심은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강단에서 갑론을박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소통, 세상에 대한 관심과 이해와 관련한 문제이다. 강단의 인문학자들은 인문학 연구를 인문 교육을 통해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양교육과정, 성공회대학교의 교양학부가 주목되는 것은 인간과 사회, 역사, 문명에 대해 늘 책임을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을 키우는 것이 인문학의 할 일이자 기본 정신이라고 하면서 199의 사회,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공존의 정의와 공생의 윤리를 회복하는 과제에 대해 교육의 공공성의 문제로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최근 많은 거리의 인문학자들이 나서고 있다. 오히려 이른바 인문학 전공자가 아닌 공학도, 의사, 예술인, 마을 공동체 운동가 등의 거리의 인문학자들이 인문학의 위기 시대에 인문학 열풍을 불러 일으켜 대중 인문학 강좌에 관심이 쏠린다. 강단의 인문학 전공자들도 거리로 나와 인문학적 성찰을 소재로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 특히 대학 교육, 그 대학의 진학을 준비하는 중등 교육에 있어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지에 대해 화답해주어야 한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역사 교과를 담당하여 수업을 하고 있다. 이미 오랜 경력 교사인 나는 최근 수업을 왜 하지?(서근원, 우리교육)’를 읽고 이제 와서 수업을 왜 하지?’ 묻고 있다근대사의 과정에서 강압에 의한 수난의 역사를 배우고 분노감과 허탈감을 느끼는 아이에게 역사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배우는 것이 역사 공부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쟁을 유지하고 계속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여성의 성적 자유와 인권을 억압한 전쟁 범죄이며 수요 시위가 여성 인권의 민주주의 운동이고 전쟁을 반대하는 세계 평화 운동임을 역설했건만 아이들은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가질만한 충분한 이유를 갖게 되었다는 애국심을 자랑한다. 나는 강자의 약자에 대한 억압의 부당함, 민주주의와 인류 공영의 평화를 위해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시민의 연대와 협력을 배우기를 당부한다.
 
  그러나 역사 전문가들의 교육적 관심은 교실 현장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역사 전문가들은 역사 교과서를 역사학 전공을 위한 기초 개설서로 여기고 있고 시대와 주제에 있어서 생략이 있을 수 없다. 갑오개혁의 내용을 1, 2, 3차로 구분해서 설명하는 식의 교과서와 대입 수능 시험의 기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 암담하다. 역사 수업 시간에 역사 관련 도서 읽기를 시도해보지만 독서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대중 역사 도서를 읽어 내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한다. 역사 전문가들이 중등 역사 교육에서, 대학 교양 교육에서 역사를 왜 배우지?’, ‘역사로 무엇을 배우지?’에 화답해 줄 수 있어야겠다.
 
   강단의 인문학 전공자들이 대중 교육에서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서 삶의 의미와 가치와 같은 내적인 자산을 키워주는 교육,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또 다른 자존감을 가진 타인을 배려하고, 굴종과 폭력의 역사를 반성하고, 책임 있는 시민이 되도록 하는 교육 철학에 화답해주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문학은 거리의 대중 교육을 넘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구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인문학은 교양이 아니라, 무엇을 하든,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자기 자신을 신뢰하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견디게 하는 능력, 즉 자기 위기 극복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다. 그러므로 현재와 같이 고교 2학년에서 인문사회계열을 선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분과적인 교과로서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교양 교육이어야 한다. 게다가 과학과 공학이야말로 인간의 가치 있는 삶, 행복한 공동체를 위해 그 기능을 발휘해야한다면 융합과 통섭의 인문학적 성찰이 무엇보다 기초 과목이 아닐 수 없다.
 
  삶의 의미와 가치는 돈 안되는학문인 인문학 전공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모든 이의 관심사가 되어야한다. 인문학은 당장 쓸모가 없는 학문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탐색하고 공동체의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도록 하면서 성숙한 진로의식을 갖도록 하는 가장 쓸모가 있는 학문이 되어야한다. 강단의 인문학이 거리로 나와 삶의 이정표를 찾는 대중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고, 교육의 현장에 교육 철학으로 투입되어 인문학적 사유와 사색을 통해 자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펄떡펄떡 살아나기를 기대한다.